나는 일찍 고향을 떠나 소위 유학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초등학교(국민학교)도 마치기 전에 부모님 품을 떠나 유학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따라서 고향에는 초등학교의 몇 안되는 친구들만 있기에 말이 고향이지 지인들조차 제대로 없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역시 고향은 고향일 수밖에 없다. 부모님의 영혼이 묻혀 있고, 나의 어릴 적 기억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고향집이 아직도 건재하기 때문이다. 고향 땅을 밟으면 무엇인가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복받쳐 오는 것은 인간의 수구초심과 연계되는가 보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을 자주 찾아보지 못하는 부덕함을 늘 탓하면서 그렇지만 마음은 언제나 고향땅을 향하고 있다. 어릴적 시골 고향땅에서 불어넣어 준 사람 냄새가 나는 기(氣)는 오늘의 나에게도 언제나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