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이 현역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음모·선동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라 온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 왔다. 더는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돼선 안된다. 이제 그 첫 단추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민의(民意)의 전당인 대한민국 국회에서 풀어야 한다. 통진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그 사이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야기된 경선부정으로 인해 자격심사와 징계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 정도 사안으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스스로 퇴출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헌정사에서 국회의원이 스스로 사퇴한 예는 있어도 국회가 스스로 제명한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유신 체제 말기인 1979년에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직무집행이 정지된 이후, 10·26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흉탄에 쓰러지기 직전인 10월 4일에 김 의원이 제명된 것이다. 국회의원 제명은 정치·사회적 파장이 만만찮으므로 섣불리 나서지 못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이 의원 징계는 야당 탄압의 일환으로 야기된 김영삼 의원의 제명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이는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직결되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음모·선동 혐의가 1심 판결을 통해 분명히 인정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에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에 제명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기다려서는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른바 국사범(國事犯)에 대한 관용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국사범으로 1심 판결을 받은 자가 국회의원으로서 온갖 특권(特權)을 누려서는 안된다. 국회는 더 나아가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구속 수감된 의원에 대해서는 그 특권의 최소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 의원은 이미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음에도 사면·복권의 관용 덕분에 국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시대착오적인 김일성 주체사상에 매몰돼 있었다.
국회의원의 제명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특별 의결정족수는 헌법상 개헌안 의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뿐이다. 그만큼 국회의원의 제명은 함부로 해서는 안될 뿐 아니라, 여당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현재의 국회 구도만 보더라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일치된 의견이 제시되지 않는 한 제명은 불가능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의원 제명 문제에 민주당이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반국가 세력에 대한 응징에 여야(與野)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제에 국가 정체성에 대한 도전에 단호한 대응을 통해 1987년 체제 이후에 정립된 민주 법치국가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정향성을 밝혀 줘야 한다. 권위주의 시절에 잉태된 현실 도피적인 종북 주사파는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진보세력도 옥석(玉石)을 가려내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 정의당과 같은 건전한 진보세력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토양이 마련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관용에도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해야 한다. 체제 도전 세력에 대해 한없이 포용하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다원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체제를 전복하려는 국내외의 도전세력으로부터 수호하는 그런 자유민주주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