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  칼럼
 

소통과 통합의 법률문화 - 법률저널 2013년 01월 03일 (금)

nakin | 2014.01.06 09:18 | 조회 872
지난 한 해는 한국사회가 소통의 부재로 몸살을 앓아 왔다. 계층 간, 세대 간 그 어느 때보다도 갈등이 심했던 해였다. 새 대통령이 취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의 여진은 1년 내내 지속되었다. 정치적 갈등 못지않게 대선 때 시작된 경제민주화 열풍으로 인하여 경제적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연말에는 마침내 ‘안녕들 하십니까?’가 때 아닌 시대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언제쯤이면 이와 같은 갈등적 상황이 통합과 화합의 새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지 회의에 찬 한 해를 보냈다.

정치·경제·사회적 갈등 못지않게 입법·행정과 더불어 국가제도의 한 축을 이루는 사법을 비롯한 법률가 사회에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간다.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에 이르면서 청년 변호사들의 대폭적인 증원에 따른 노소 간 대립이 심화되던 와중에,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그 양상은 더욱 깊어만 간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연 1천 5백 명 이상 배출되면서 법조시장이 포화되었다는 비명과 더불어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갈등도 드러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로스쿨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시작된 로스쿨 폐지 내지 변형을 주창하는 이들부터 로스쿨을 하는 수 없이 존치하더라도 사법시험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사법의 중심축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그리 편안하지 못하다. 2700명이 넘는 법관시대에 이르고 보니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법관들의 일탈이 자주 언론지면을 장식한다. 새 정부의 헌재 수장후보는 낙마의 비운을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도 바람 잘 날 없었다. 새 정부 첫 검찰총수의 어이없는 낙마, 국정원 댓글수사 여진으로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른 상명하복은 실질적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서 그간 가장 보수적인 집단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던 변호사회도 젊은 변호사들이 주축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2013년에는 사상 최초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그간 회장은 으레 서울변협 소속의 60대 원로 변호사의 몫으로 인식되었지만 50대 중반의 지방변협 회원이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더구나 소위 SKY 출신이 주축이었는데 야간 법학부 출신이라 더욱 이채롭다. 변협의 중심축이자 실질적인 대한변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변협 회장은 더욱 파격적이다. 법조경력 10년 미만의 변호사들로 청년변호사회를 창립하여 관심을 모은 30대 중반의 젊은 변호사가 서울변협 회장에 당선되었으니 말이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법정을 누비던 백발의 변호사 시대는 혈기왕성한 청년변호사로 대체되어 간다. 노장의 지혜가 필요한 법조계에도 청년의 열정이 앞서간다. 100세 장수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펌들은 63세 혹은 65세 정년제를 도입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신386의 등용으로 70대 원로들이 핵심 요직에 등용되고 있는데 반해, 법조계 원로들에게는 불편한 시대로 접어든 아쉬움이 남는다.

법학계도 예외가 아니다. 로스쿨 도입에 따라 로스쿨과 비로스쿨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골이 깊어만 가는 듯하다. 로스쿨 도입 이전까지 법학자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한국법학교수회가 유일했다. 그런데 로스쿨 도입 이후에 법정기구로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신설되면서 모든 로스쿨이 참여하고 특히 로스쿨원장이 당연직 이사가 되었다. 이에 학부 법과대학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전국법과대학협의회를 창설하였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아니하고 로스쿨 교수들의 모임은 더욱 다변화되어 갔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교수회가 창설되었을 뿐 아니라 로스쿨실무교수협의회까지 설립되었으니 말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나마 법학교수를 아우른 유일한 기관이었던 한국법학교수회마저 분파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2012년 말에 실시된 회장 선거가 법정다툼까지 가더니 결국은 대한법학교수회가 새로 설립되고 말았다.

청마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제 법조계와 법학계 모두 새로운 기상을 펼쳐야 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갈등적 상황을 방치하다가는 법률가들의 사회마저 찢어질지 모를 위기가 감돈다. 법률가들도 심기일전하여 새 시대에 적합한 법률가상을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민주법치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선도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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